'DB 행동주의' 자체 종결한 KCGI, 소액주주 뒤로하고 나홀로 '엑시트'

입력 2023-12-29 16:34   수정 2024-01-02 09:26

이 기사는 12월 29일 16:3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후진적인 지배구조를 고치겠다'며 DB하이텍을 압박했던 KCGI가 연말 행동주의 캠페인을 갑작스럽게 종료했다. 보유 지분 대부분을 시가보다 비싸게 회사에 넘긴 것이다. 지난 3월 지분 매입 사실을 공시한 지 9개월 만이다. KCGI는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어냈다며 성과를 자축하고 있지만 소액주주들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DB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DB Inc(이하 DB)는 28일 자회사 DB하이텍 주식 250만주(지분율 5.63%)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1650억원에 양수했다고 공시했다. 지분율은 12.42%에서 18.05%까지 늘게 됐다.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 지분을 인수한 것이다. KCGI는 이번 거래로 지분율이 7.05%에서 1.42%로 떨어졌다. KCGI는 지난 3월 말 지분 취득을 알리면서 DB하이텍을 상대로 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여왔다.

DB하이텍은 이번 지분 매입이 안정적 경영권 확보 차원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친화정책 강화를 골자로 하는 경영혁신 계획도 발표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 설치, 사외이사를 각 위원회의 의장으로 선임 등을 제시했다. 이밖에도 배당 성향을 종전 10%에서 최대 20%까지 확대하고 현재 6%대인 자사주 비중을 15%까지 확대해 순이익의 30% 이상을 주주들에게 환원한다고 밝혔다.

DB가 내놓은 일종의 '반성문'은 KCGI에겐 지분 매각의 명분이 됐다. KCGI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주요주주의 요구사항에 변화로 화답해준 DB하이텍 이사회와 경영진의 전향적인 결정을 환영한다"며 "소모적인 경쟁과 대립이 아니라 일반주주와 이사회, 경영진 간 상호 대화를 통한 우호적인 거버넌스 개선의 모범 사례로 남을 것"이라 자평했다. DB하이텍에 대한 행동주의 캠페인도 사실상 종결된 것으로 풀이된다.

소액주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KCGI는 지난 3월 등판할 당시만 해도 소액주주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았다. 과거 한진칼 사례처럼 지배구조도 개선시키고 주가도 띄워줄 것이란 기대에서였다. 김남호 회장과 그의 부친인 김준기 창업회장 간 경영권 분쟁 조짐도 KCGI에게 협상 우위를 끌고갈 요소로 기대됐다. 김 회장 누나인 김주원 부회장이 부친과 연합 전선을 꾸리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KCGI가 그룹 경영권 판도를 흔들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란 시각까지 부상했다.

아직 문제제기를 해보지도 못한 의혹도 남아있다. KCGI는 앞서 모회사의 지주회사 전환 회피와 물적분할 후 이중 상장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오너 일가가 사적이익 추구를 위해 회사를 활용한다는 의혹도 제기한 바 있다. 김 회장과 김 창업회장이 작년 각각 37억원·31억원의 과도한 보수를 받아갔고 거액의 기부금을 김 창업회장이 소유한 김준기문화재단에 지급했단 점을 지적했지만 이는 쟁점으로 부각조차 되지 못했다. 오너 일가 간 경영권 분쟁은 건드려보지도 못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KCGI에 대한 배신감도 큰 분위기다. 한 소액주주는 "KCGI가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대주주에게 블록딜로 지분을 매각할 것이 아니라 공개매수라는 안을 끌어냈어야 했다. DB는 KCGI 지분을 시가(5만8000원)보다 높은 6만6000원에 사갔다. KCGI의 평균 매입단가는 평균 5만원대였다.

소액주주들은 DB가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선 공개매수로 소액주주에게도 회수 기회를 줬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소액주주는 "가장 중요한 주가가 저 수준인데 KCGI 홀로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52%의 소액주주는 배제됐다"고 토로했다.

한편 DB는 행동주의 펀드와의 불편한 동거를 끝내면서 경영이 자유로워진 데다 내년 주총에서 혹시 모를 소액주주와의 분쟁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게 됐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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